2023년판 '만원의 행복'의 도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3가지 소비 트렌드의 변화
1. 짠테크: '돈의 티끌' 모아 소비 습관 만들기
경제의 큰 흐름이 하락 국면에 들어왔다고 느끼면 대중들은 직감적으로 지금 당장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22년 대중 소비자들이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짠테크'*다.
* 관련 기사: "고물가에 플렉스 지고 '짠테크' 확산", (매일경제, 2022.11.11)
그야말로 '짠테크' 열풍이다. 지난 몇 년간 '욜로', '플렉스'란 유행어가 등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씀씀이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증가했다. 특징적인 점은 '짜다 + 재테크'란 의미의 '짠테크'가 '짠한 + 재테크'란 해석이 더 설득력 있을 정도로 이른바 짠내 나는 알뜰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는 '무지출 챌린지'가 인상적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하루 지출 제로(0)를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인데 MZ세대의 '인증' 욕구와 맞물리며 유행으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냉파(냉장고 파먹기)'부터, 미용실에 가지 않고 머리를 직접 자르거나, 각종 이벤트에 참가해 경품으로 딸려 오는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간식을 해결하는 등 무지출 실천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유효기간 임박 할인 정보를 알려주는 앱, (못난이 제품 등) B급 상품처럼 정가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이벤트나 중고 거래 등을 활용해 한 푼이라도 벌려는 '부수입족(族)'도 늘고 있다.
매일 퀴즈 풀기, 설문 조사 참여, 도보 수 늘리기, 리뷰 작성 등 앱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수행해 포인트를 받는 '앱테크(앱+재테크)'에 매달리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실제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생활비 부담으로 할인 쿠폰이나 적립금을 사용(48.2%, 중복 응답)하고,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최대한 저렴한 곳에서 물건을 구매(46.1%)하거나, 앱테크 등을 통해 자투리 비용을 모으는(40.2%)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생활비 절약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소하고 작지만 뭔가 확실한 보상을 주는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욜로(YOLO)나 플렉스보다 절약하는 소비 태도가 더 낫다는 인식(70.6%, 동의율)까지 더해지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일단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소비 태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 인상이 급격해지는 상황에선 짠테크만으로 지출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속적으로 부수입 창출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겠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때문에 대중 소비자들은 결국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보다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를 줄이거나, '집밥'과 '셀프 뷰티' 수요를 늘리는 식이다. 이전에 비해 일상의 큰 변화는 아닐 수 있지만, 편하고 쉬웠던 생활 패턴을 어렵고 불편한 방향으로 회귀하려는 태도는 대단한 결심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예상치 못한 대중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너무나도 습관적이고 자동적이어서 굳이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심리적 중요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2. 갓생: '시간의 티끌' 모아 자기 계발 습관 만들기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아주 멋진 삶을 일컫는 '갓생'이다.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신처럼)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갓생'의 핵심은 대단한 성취가 아니다. 그보다는 작은 계획부터 실천해나가는 삶, 즉 습관, 매일의 루틴과 계획을 '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무의식적인 행동에 가까운 습관에도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허투루 삶을 살지 않겠다는 자기 관리의 의지를 담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한 해 '바디 프로필 촬영(일명 바프)'이나 새벽 시간을 자기 계발에 활용하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역시 이 같은 '갓생' 열풍의 일환이기도 하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대중 소비자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매일 반복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고(81.3%, 동의율), 규칙적인 삶을 잘 지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다(71.7%)는 믿음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된다면 '(간단한) 아침 운동하기(51.4%, 중복 응답)', '기상 후 스트레칭하기(44.3%)'나 '기상 후 물 한 잔 마시기(40.0%)'처럼 작지만 소소한 활동을 나만의 루틴으로 만들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실제로도 '수분 섭취'를 루틴화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물 음용 시간을 상기시켜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물 한 잔 마시기에도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하는 대중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인생의 크고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무방비 상태로 최악의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안감도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반복된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삶의 패턴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율해주는 힘이 있고,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습관이 이뤄지는 방식을 '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삶의 통제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소확행의 진화: 환경은 어려워도 내 일상은 통제 가능하도록
'통제감'은 주어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도가 자신의 내적 요소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고 믿는 태도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변인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곧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는 주관적인 만족감을 주는 하나의 가치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외부의 상황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고금리·고물가·저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경험이 점점 더 많아지고만 있다.
대중 소비자들의 심리적 기저에 거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란 감정이 강력하게 전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나를 통제하는 것, 즉 스스로의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외부의 상황적 요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나의 일상을 통제하는 것이고, 그 선택의 방향은 '크지만 불확실한 이득'보다 '작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통제감'은 주어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도가 자신의 내적 요소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고 믿는 태도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변인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곧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는 주관적인 만족감을 주는 하나의 가치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외부의 상황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고금리·고물가·저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경험이 점점 더 많아지고만 있다.
대중 소비자들의 심리적 기저에 거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란 감정이 강력하게 전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나를 통제하는 것, 즉 스스로의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외부의 상황적 요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나의 일상을 통제하는 것이고, 그 선택의 방향은 '크지만 불확실한 이득'보다 '작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은 거대하고 대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고 소소한 긍정적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한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 아주대 김경일 교수는 "일반적인 수의 개념으로 보면 반복적인 경험, 예컨대 1+1+1+1은 4일 수 있지만, 심리적 효과 측면에서는 4가 아닌 8, 12, 16, 20으로 체감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나 성취감 같은 긍정적 감정은 인지심리학적으로 '크기'가 아닌 '빈도'로 기록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10점짜리 성취감을 느끼는 것보다 3점, 4점, 다시 3점짜리 성취감을 자주 느끼는 것이 훨씬 그 사람을 만족시키며 성장에 도움을 줄 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크기보다 (긍정적 경험의)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자질구레한 긍정적 경험을 여러 번 축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대중 소비자들이 늘 같은 일상에서 부지런히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고 노력하며', '작은 습관에도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 역시 이것 때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