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브랜드 이름, 왜 독점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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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호 마케터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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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INSIGHT & LEGAL
김밥천국·초코파이·에스컬레이터·빅맥에 숨은 상표 이야기


동네에서 보던 김밥천국에 들어갔는데, 메뉴도 맛도 어딘가 다릅니다. 간판을 다시 보니 이름은 같은데 글씨체와 로고가 조금 다르죠. 마트에서는 오리온과 롯데가 나란히 ‘초코파이’를 팔고 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만든 이름일 텐데, 다른 회사도 써도 되는 걸까요?

이 궁금증을 풀려면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잘 아는 이름과,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이름은 같지 않습니다.
상표에서 중요한 것은 유명세만이 아니라, 그 이름이 ‘누가 만든 상품인지’를 구별해 주는가입니다.




1. 김밥천국: 같은 이름인데 같은 회사가 아니다?



김밥천국 간판 자료사진
사진: Ryuch / Wikimedia Commons


김밥천국 간판을 자세히 보면 색상과 글씨체, 그림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름이 같다고 모두 하나의 프랜차이즈에 속한 것은 아닙니다.

김밥천국은 ‘김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적 의미로 받아들여져, 명칭 자체의 상표등록이 거절된 사례입니다. 어떤 회사의 식당인지를 알려주는 고유한 이름보다, 어떤 곳인지를 설명하는 말에 가까웠던 셈이죠.

쉽게 이해되는 이름은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사용할 법한 설명을 한 업체만 독점하게 하면, 다른 업체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밥천국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모든 디자인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독특한 글씨체와 도형을 결합한 로고는 별도의 식별력을 인정받아 상표로 등록될 수 있습니다.

이름 자체를 독점하는 것과, 특정 로고를 보호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김밥천국’이라도 간판이 다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2. 초코파이: 먼저 만들었다고 이름까지 독점할까?



오리온 초코파이 포장 자료사진
사진: Evelyn-rose / Wikimedia Commons

초코파이를 떠올리면 익숙한 포장지와 광고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매대에서는 여러 회사가 같은 이름의 과자를 판매하고 있죠.

이 문제는 실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1999년 특허법원은 ‘초코파이’가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과자 종류를 가리키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표장이 되어, 상품의 출처를 구별하는 힘을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은 소비자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습니다. “초코파이 사 왔어”라는 말을 들으면 특정 회사의 제품보다 과자의 종류를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 “오리온 초코파이”나 “롯데 초코파이”라고 하면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구분할 수 있죠.

법원도 해당 상표들에서 상품의 출처를 구별하는 핵심을 ‘초코파이’가 아니라 앞에 붙은 ‘오리온’과 ‘롯데’로 봤습니다.

먼저 만든 상품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이름의 독점이 영구히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이름이 특정 브랜드보다 상품 종류를 뜻하게 되면, 상표로서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에스컬레이터: 브랜드가 일상어가 되어버린 순간



코펜하겐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사진: Stig Nygaard, 보정 Lycaon / Wikimedia Commons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세요.” 우리는 이 말을 듣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 묻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계단을 뜻하는 일반적인 단어로 이해하니까요. 그런데 에스컬레이터 역시 처음부터 누구나 쓰는 보통명칭은 아니었습니다.

‘ESCALATOR’는 1900년 상표로 등록된 뒤 오티스에 양도된 이름입니다. 이후 대중과 업계는 물론 오티스 자체도 이 말을 움직이는 계단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했습니다. 1950년 미국 특허청 결정에서는 특정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라 움직이는 계단의 명칭으로 인식된다는 이유로 상표등록 취소가 인정됐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일상어가 되는 것은 마케팅 관점에서는 엄청난 성공처럼 보입니다. 제품을 설명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이름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상표 관점에서는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그 이름을 들었을 때 특정 회사가 떠오를까요, 아니면 제품 종류가 떠오를까요? 많이 알려지는 것과 출처를 구별해 주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4. 빅맥: 유명한 이름도 ‘사용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쇠고기 패티가 들어간 빅맥 자료사진
사진: Anemonemma, 3df / Wikimedia Commons

빅맥은 앞선 사례들과 조금 다릅니다. 이름이 흔한 표현이 됐는지가 아니라, 등록한 상품과 서비스에 실제로 사용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맥도날드와 아일랜드의 패스트푸드 체인 슈퍼맥스 사이에서 벌어진 분쟁에서, 2024년 EU 일반법원은 맥도날드가 닭고기 샌드위치와 가금류 식품, 일부 음식점 관련 서비스에 대해 ‘빅맥’ 상표의 실질적 사용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맥도날드가 빅맥 상표권을 전부 잃었다”라고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해당 판결에서도 육류 샌드위치 등에는 상표등록이 유지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한 브랜드의 광고 자료가 있다고 해서 모든 등록 범위의 사용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닭고기 샌드위치와 관련해 제출된 광고 포스터, TV 광고, 페이스북 화면 등은 상표 사용의 규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아는 이름”이라는 설명과 “이 상품에 실제로 사용했다”는 증거는 다릅니다. 빅맥 사례는 이름을 등록하는 일뿐 아니라 사용 기록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눈에 보는 네 가지 사례



사례 핵심 쟁점 구분해서 볼 점
김밥천국 명칭 자체의 식별력 문자 이름과 로고의 보호는 다를 수 있음
초코파이 보통명칭·관용표장화 회사 이름이 상품의 출처를 구별
에스컬레이터 제품 종류를 뜻하는 일반명사화 유명세와 출처 식별 기능은 별개
빅맥 상품·서비스별 실제 사용 입증 2024년 EU 판결의 일부 범위 취소


네 사례를 모두 ‘유명해져서 상표권을 잃은 이야기’로 묶으면 중요한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케터라면 이 차이를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마케터가 기억할 세 가지 질문



① 이름을 정할 때
설명하기 쉬운가, 구별하기 쉬운가?
제품의 특징을 바로 설명하는 이름은 이해시키기 쉽지만, 우리 브랜드만의 이름으로 구별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발음과 기억하기 쉬운 정도뿐 아니라 경쟁 브랜드와의 구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KIPRIS에서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찾아보는 것은 출발점입니다. 실제 등록 가능성은 지정상품과 구체적인 표장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② 이름을 알릴 때
브랜드와 제품 종류를 구별하고 있는가?
우리 브랜드 이름을 제품 전체의 명칭처럼 반복해서 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명과 일반 제품명을 함께 표기하고 광고·상세페이지·보도자료에서 일관된 사용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관리의 한 방법입니다. 다만 띄어쓰기나 글꼴만 바꾼다고 상표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그 이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입니다.
③ 이름을 지킬 때
실제 사용 기록이 남아 있는가?
광고를 집행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언제·어느 지역에서·어떤 상품에 상표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광고 소재와 집행 내역, 카탈로그, 포장, 거래 자료 등을 연결해 보관하면 브랜드 운영의 흔적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빅맥 사례처럼 사용 규모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기억에 남는 이름과 보호받는 이름 사이



김밥천국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웠고, 초코파이와 에스컬레이터는 상품을 부르는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빅맥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췄지만, 그 유명세가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사용 증거를 대신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은 브랜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계속 ‘우리 브랜드’를 가리키게 만드는 일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좋은 브랜드 이름은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넘어,
누구의 상품인지 구별해 주는 이름입니다.


네이밍의 매력과 상표의 보호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표 보호 여부는 국가·지정상품·구체적인 표장과 사용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각 사례의 당시 판단을 소개하며, 개별 상표의 현재 권리 상태나 등록 가능성을 확정하는 법률 자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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