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8만원이 넘는 망고빙수를 왜 사먹어 ?
소비는 묘한 것입니다. '싸다', '싸지 않다', '비싸다', '비싸지 않다'의 뉘앙스가 다 다르다. 이는 아래와 같이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 절댓값은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얻은 것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동경의 소비
- 소비하면서도 '싸다', '비싸다'는 가격 평가보다는 '행복하다', '편안하다' 등 자신의 감정 상태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소비
- 쓰는 금액은 1~2만 원 정도로 많지 않은데도 '알고 보면 싸지 않다', '비싸다' 심지어 '아깝다'고 표현되는 필요의 소비
결제수단은 소비의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 결제수단과 관련된 업이라면 이 중 어떤 소비를 잡을지 결정해야 하고, 브랜드 매니저라면 내 브랜드가 어떤 소비에 속하는지 살펴보아야 하는데요. 우선 이번 글에서는 위 세개의 소비 중 동경의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동경의 소비, 비싸지 않다
동경의 소비는 8만 3000원짜리 호텔 망고 빙수가 단적인 예다. 매년 2만 원 가까이 오르는 중이다. 그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아래 예시가 대변한다. 모 맛집 추천 앱에 오른 망고 빙수 리뷰 중 하나다.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애망빙(애플망고빙수) 가격이 또 올랐다. 신라 호텔 망고 빙수는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다.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망고, 호텔 라운지 특유의 분위기, 감미로운 하프 소리 등등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을 수도..
반면 동경의 소비를 타자적 시각으로 보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비행기 마일리지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묵었다. 우리는 투숙객이라 라운지가 공짜지만 사람들은 그냥 온 것 같았다. 우리 빼고 모두 망고 빙수를 먹고 있었다. 완판되어 먹을 수도 없었지만 가격이 8만 원이 넘었다. 한국 사람 돈 많아,....
동경의 소비는 '급'이 중요하다. 급이 높다는 걸 드러내야 한다. 이 소비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 가격이 얼마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소비는 누림의 대중화를 보여주는 예로, 호캉스, 파인다이닝, 디저트 등 레저와 식음 분야에서 주로 나타난다. 특히 식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한 장의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고, 최고급의 문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호텔 망고 빙수 8만 3000원은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지만,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가격도 아니다. 가격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단, 그 가격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 안에 든 망고 개수가 아니라 그것을 먹으며 얻는 경험에서 온다. 이 경험에 참여했다는 것이 중요하기에 기꺼이 줄을 선다.
모든 사람을 특별하게
동경의 소비에서는 신용카드가 주요 결제수단인데요.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카드, 특별한 사람에게만 발급되며 연회비도 비싼, 일반 카드보다 두껍고 특수한 재질로 된 검은색이나 보라색 카드입니다.
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이 동경의 소비 영역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흐름은 누림의 대중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특수 카드를 쥔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여름의 최고급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함께 간 친구 넷이서 공평하게 나눠 값을 치를 수 있는 셈이죠.
동경의 소비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저변을 넓히는 것입니다. 동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 침투해 소비자의 수를 늘리고 소비 빈도를 높이는 것이죠.
누림의 대중화 덕분에 소비자가 증가할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소비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본인의 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소비 빈도가 높은 영역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립스틱이나 휴대폰 액세서리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브랜드 경험자의 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최근에 문을 연 디올 카페, 구찌 레스토랑, 루이비통 레스토랑 등은 소비의 빈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자 식(食)의 프리미엄화와 연관된다고 볼 수 있어요.
브랜드의 고유성과 한정판을 유지한 채 '특별한 사람에게만'이라는 기조는 버린건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라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어찌 보면 모든 사람은 다 특별한 사람인데, 동경의 소비를 바라보는 데 타자적 시각은 통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최고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걸 왜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오늘은 세 가지 소비 방식 중 '동경의 소비'에 관해서 설명드렸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이어서 '사랑의 소비' 에 대해 설명드려보겠습니다.